어쩌다, 네팔
내가 살면서 네팔이란 나라에
두 번 다시 갈 기회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어쩌다" 가게 된 곳.
네팔은 북쪽은 티베트,
남쪽은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히말라야 산맥과 에베레스트 산이 위치해 있어
등산인들의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의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네팔에 학교를 19개를 지었다고 하던데.
원래는 왕정국가였는데 2001년에 왕세자가
부모인 왕과 왕후를 비롯한 왕가를
총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
후에 정치적인 소용돌이를 겪은 후
군주제가 폐지되고 2008년부터
민주공화국이 되었다고 한다.
네팔의 국민 소득은 189국가 중
161위로 1년에 $1,500가 채 안되고
(한국은 $34,000 정도로 30위권이며
미국은 $85,000, 6위.
1위는 약 $131,000, 룩셈부르크)
인구는 80%가 인도계이며
노동 인구의 90%가 농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네팔 카트만두 공항까지
대한항공을 타고 갔다.
중국을 가로질러 가는 비행 시간은 약 6시간.
알아보니 인천-카트만두행은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독점노선으로 운항 중이고
네팔의 국영 항공사인 네팔 항공의 경우
노후한 비행기 기종과 조종사 과실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아
유럽 연합(EU)에서는 아예 금지가 된 항공사라고 한다.
실제로 구글에 네팔 항공을 검색해보면
작년 말에 72명의 목숨을 앗아간 추락 사고가 가장 많이 뜬다.
타고 간 비행기 기종은 보잉 777-200
예전 우리 항공사의 한국행 기종이기도 해서
나도 많이 일했던 비행기고
요즘도 가끔씩 일하는 비행기.
그래도 여긴 좌석 배열이 3-3-3이라
복도가 한결 여유가 있었다.
777-200의 경우 보통 좌석 배열이 3-4-3이 대부분인데.
한국에서 네팔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주로 탈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타보니
일단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 노동자들이 많이 탄다고 하고
히말라야 산맥 트레킹하는 등산인들이 많았고
내 옆에 앉은 나이 지긋한 중년 아저씨는
교회에서 선교차간다고 한다.
힌두교, 불교가 뿌리깊은 문화에
한국에서 선교 방문이라...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은 나뿐이 아니길.
기내 서비스를 평가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다른 항공사를 탈 때 기내 서비스를 유심히 보게 되는데
기내식의 경우는 나쁘지 않았으나
음료 서비스가 너무나 약했다.
정말 한모금 마시면 끝날 것 같은
한국식 작은 종이컵에 음료를 따라주고
음료 서비스도 한 번이 끝.
식사 후 음료 리필은 음료 카트없이
승무원들이 한 손에 와인과 커피만 들고 돌아다닌다.
둘 다 안마시는 나로서는 물 한 잔 더 마시기도 힘드네...
물 한 잔 받으러 갤리로 찾아가니
승무원들은 갤리에 다 커텐을 쳐놓고 있어
그 커텐을 열고 물 한 잔 요청하기도 참 눈치가 보이는...
그렇다고 자리에 앉아 콜 라잇 누르며
승무원한테 이거 갖다달라 저거 갖다달라하며
승무원 여러번 왔다갔다 하게 하는 건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
게다가 비행 중간에 어떤 네팔인 승객이
뭔가를 물어보는데 안되는 영어로
승객을 엄청 호통치는 승무원이 한 명 있어
보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
대한항공 서비스 좋다는 얘기는 어디서 나온 말인지...
네팔 카트만두 공항의 정식 명칭은
Tribhuvan 국제 공항
나름 한나라의 수도의 국제 공항임에도 불구하고
트리부반 공항의 규모는 한국으로 치면
시외버스 터미널 같은 규모였고
공항의 시설도 열악하고
대단히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멕시코나 중남미의 소도시에 있는 공항에 가면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데
그러고보면 참 미국이 얼마나 풍요로운 나라인지
다시한 번 깨닫게 된다.
부처 석가모니가 네팔 출생이었다는 건
공항에 있는 이 표지를 통해 알게된 사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택시를 타야하는데
택시비가 천차만별이라
이또한 흥정을 통해 해야한다고 한다.
흥정 잘 못하는 나로서는
그냥 미국 달러로 $9에 합의하고
호텔로 가는 택시를 탔는데
길에 표지판도 없고 신호등도 없고
차선도 없고.. 도대체 구글맵에 없었을 땐
어떻게 차를 타고 다녔을까 매우 궁금.
우여곡절 끝에 타고 호텔 방에 도착하니
방이 4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따로있다.
팁이 필수는 아니지만 무거운 짐가방을 4층까지
들어주는 사람에게 팁을 안줄 수가 있나.
제 3세계 국가에 가면
미국이나 서유럽에선 당연한 시설 조차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아
사람의 노동력이 그걸 대신하는 걸 많이 보게 된다.
호텔에서 조식을 제공한다고 해서
은근 기대를 했는데 그냥 평범.
게다가 왜 조식을 먹는 사람은 나뿐인지..
다른 손님을 한 명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페식이 아닌 건가?
어제 밤에 도착을 해서
처음 보는 카트만두의 카멜 거리 낮 풍경.
카멜 거리는 전기줄이 사방팡발으로 쳐져있고
주로 히말라야 등산객들을 상대로 하는
등산용품점이나 기념품점들이 대부분.
등산용품점에는 노스 페이스같은 유명 메이커들이 대부분인데
이게 다 짝퉁이라고 한다.
조식이 영 허접했기 때문에
라뗴 한 잔 마시러 들어간 한 카페.
라떼 맛이 훌륭했고 아이스크림도 나쁘지 않았다.
카트만두는 정말 대기오염이 너무 심각한 수준인 것 같았다.
먼지가 너무 많이 날리고
조금만 걸어다녀도 신발은 흙먼지로 뒤덮여있다.
여기 오래있으면 기관지에 상당히 문제가 생길 것 같은...
길에는 오토바이들이 넘쳐나고
횡단보도나 신호등같은 도로가 제대로 정비가 안되어있어
무법 천지의 대환장 파티.
소음과 매연이 너무 심해 정신이 아찔할 정도.
무정부 상태 느낌이랄까?
여기도 나름 중앙정부가 있고 지방 자치가 있을텐데
도시 계획이라는게 있기는 한 건지에 대한 의문.
카멜 거리를 구경한 후에
카트만두의 볼 거리 중 하나이자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는
더르바르 광장이란 곳엘 걸어서 갔다.
근데 가는 길에 걸어다니기도 힘든
이런 거리가 잇었다.
내 생각에 네팔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있는 거리가
아직도 복구가 안된 것 같은데...
대지진이 2015년인데 거의 10년이 지나도록
이렇게 도시 한가운데가 복구를 못하고 있다는 것 역시
뭔가 정말 무정부 상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긴 든다.
벽돌과 아스팔트 잔해와 흙이
아무렇게 쌓여져있는 이런 거리를
어떻게 사람보고 걸으라는 건지...
걷기가 힘든 건 둘째치고 상당히 위험해보이는데도
근데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걸어다닌다.
걷다보니 나타난 더르바르 광장
이 곳 역시 대지진 때 많은 곳이 소실되어
아직도 복원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네팔에는 쿠마리 라는 여신을 숭배하는 전통이 있는데
힌두교과 불교에서
3-5살의 여자아이를 뽑아 여신으로 숭배하면서
이 곳에 가둬놓고 학교도 안보내고
초경이 시작하면 부정탄다며
쿠마리에서 물러나
나머지 생은 비참하게 보내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동 학대라는 시선에 이제는 학교도 가고
최대한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한다고 하는데...
남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해야하는 건 맞지만
이런 후진스러운 문화는 이제 좀 없어져야하는 것이 아닌가...
어쨌거나 그 쿠마리가 더브바르 광장의
쿠마리의 집이라는 곳에서 거주한다고 한다.
가끔 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왠지 실제로 보게되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음
더르바르 Durbar는 네팔어로
왕궁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내가 간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 외에
2개의 더르바르 광장이 더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과거에 3개의 왕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카트만두에 유명하다는 티베트 음식점엘 갔다.
길링체 Gilinche라는 곳.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넓은 식당에
또 손님은 나 뿐이고...
네팔에서 저 만두같이 생긴 음식이
모모라고 네팔에서 유명한 음식이라고 해서 하나 시키고
볶음밥과 치킨을 시켰다.
치킨과 만두는 맛있었지만
볶음밥도 네 맛도 내 맛도 아니었다.
하지만 음식값은 굉장히 저렴한 편.
네팔 물가가 전반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일 듯.
뭐 딱히 다른 맛집을 찾을 수도 없고하여
다음날 점심으로 또 찾은 길링체 ㅋㅋ
수제비같이 생긴 음식의 이름은 "뗀뚝"이라고 하는데
이 음식이 유명하다고 해서 시키고
어제 치킨이 괜찮아서 한 접시 시켰다.
뗀뚝이라는 저 국물 음식은 꽤 괜찮았다.
카멜 거리에 대장금이라고 한국 식당이 있는데
한국인들은 여기를 많이 가는 듯했다.
점심을 먹고 네팔의 스타벅스라고 하는
히말라야 자바 커피엘 갔다.
정말 정신없고 혼돈과 무질서의 거리를 걷다
이렇게 조용한 공간에 들어오니
새삼 여기가 카트만두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딴 세상같았던 곳.
여기서 라뗴 한 잔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블루베리 치즈 케익을 한조각 시켰는데
라떼와 아메리카노는 정말 저 세상 맛이었다.
미국 스타벅스보다 훨훨 나았고
정말 맛있게 먹은 커피.
게다가 치즈 케익도 달지도 않고
좀전에 점심을 먹어 배가 부른 상황이었는데도
정말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근데 밥값보다 커피값이 더 나온 듯 ㅋㅋㅋㅋ
여긴 무슨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나봤더니
역시 라 마르조꼬.
네팔이 커피가 맛있을 줄이야.
히말라야 자바 커피라는 원두도 판매하고 있어
하나 사오고싶었지만 짐가방 무게와 공간으로 인해
사오지 못함이 아쉽.
카트만두의 진정 오아시스가 아닐 수 없다.
커피를 마신 후 택시를 잡아타고 간 곳은
파슈파티나트 사원.
네팔에 여러 한두교 사원들이 있는데
그 중 화장 장터가 있어 유명하다는 곳.
네팔에서 가장 큰 힌두교 사원이자
역시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힌두교인이 아니면 입장료가 있고
누가 봐도 한국인인 내가 힌두교인처럼
보이진 않기 때문에 입장권을 구입해 입장.
여기서는 진짜 힌두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망자를 태우는 화장하는 의식을 두 눈으로 볼 수가 있다.
난생 처음보는 특별한 광경이라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잠시 생각할 수 있던 시간.
하지만 입장하는 순간
네팔인들이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며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따라 붙는데
그걸 안하겠다고 여러번이나 얘기해야했다.
관광객들 상대로 어떻게든 가이드가 붙으니
그것만 좀 조심하면 될 듯.
사원내에 원숭이들도 많아서
굉장히 특이하긴 했는데
(원숭이를 그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처음이라)
원숭이가 사람 근처에서 공격하진 않으니
그냥 살살 피해가면 된다.
이 많은 사람들은 사원의 화장터에 모인
망자의 가족과 친지들이라고 한다
카트만두에는 도무지 수퍼나 마트같은게 보이질 않았다.
자잘한 과일 가게같은 건 많아서
과일을 좀 사먹긴 했는데...
도대체 여기 사는 사람들은 어디서 장을 보는 것인가
네팔에 사는 외국인들도 있을텐데
고기나 생선이나 채소같은 음식이나
생필품같은 물품들은
도대체 어디가서 사는 걸까
하는 의문이 사라지질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큰 쇼핑몰에
큰 수퍼마켓.
아, 여기서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구입하는 거구나.
외국에 많은 까르푸나 월마트같은 대형 마트는 아닐지라도
이 정도의 규모가 있긴 있었다.
수퍼마켓에서 구경하다 본 초코파이와 커스터드 ㅋㅋ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가기위해
다시 찾은 카트만두 공항.
공항에서 좀 어이없는 일이 있었는데
지나간 일이나 잊자.
공항 대합실은 정말 한국 어느 소도시의
고속버스 터미널 대합실을 연상하게 한다.
인천으로 가는 대한항공 보잉 777-200
jetbridge가 없으니 비행기를 타려면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돌아올 때 먹었던 대한항공 기내식
대한항공이 좋았던 점은
한국 영화가 많아서 지루하지 않았다는 거.
외국 항공사에는 기껏해야 2-3편 한국 영화가 있으면
많이 있는 건데 대한항공은 한국 영화가 정말 많았다.
네팔로 갈 때는 영화 비공식작전, 교섭을 보았고
(두 영화가 왠지 스토리가 좀 비슷...)
돌아올 때는 올빼미란 영화를 봤는데
세 영화 다 재밌게 봤다.
인천 공항에는 아침 5시에 도착했다.
한국에 돌아오니 얼마나 편한지.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타기까지
시간이 많아서 잠시 공항을 나와
내가 애정하는 국밥 한그릇 먹고
카트만두의 무질서하고 대기오염 가득한 곳에 있다
한국에 오니 아름다운 벚꽃이 피어있고
맑은 하늘과 질서있는 거리가 너무 좋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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