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에 좀 길게 한국 여행을 다녀왔다.
짧게 짧게 비행으로는 자주 오지만
이렇게 오래 서울에 있어본 것도 오랜만.
오랜만에 가는 한국...
한국에 도착했을 때 즈음 창 밖을 내다보니
이런 눈 풍경이...
자세히보면 공항 활주로도 보이고해서
양양 국제공항 근처인가? 했는데
양양은 동해 바다 근처에 위치해 있으니 아닌 듯하고
강이 구불구불 흐르는 걸 보니
대구 국제공항 아니면 청주 국제공항 쯤인 듯.
정확히 어느 위 쯤에 날고 있었는지를
이걸로만 봐서는 모르겠다...
그래도 늘 설레는 한국으로 가는 길.
처음으로 가본 광장 시장.
외국인들이 많다던데 정말이네...
난 어느 나라든 시장 구경하는 걸 좋아하지만
시장 안에서 먹는 거는
위생적인 의미에서 약간 의심이 간다..
뭐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란 게 다 그렇겠지만
시장은 도대체 어디서 물을 끌어오는지...
그런 것 하나 하나 따지면서 먹을 순 없는 노릇이겠지만.
어쨌든 재밌었던 시장 구경.
비행기를 오래타고 내리면
늘 뜨거운 국물이 먹고 싶어진다.
그래서 먹은 해장국...
날도 추운데 고기와 채소가 풍부하게 들어간
국밥 한 그릇먹으니 온 몸이 노곤노곤...
피로가 풀리는 느낌.
어릴 땐 국밥같은 음식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는데
역시 나이가 들면 입맛도 변하는 것인지...
국밥 한 그릇 먹어야 제대로 밥을 먹은 것 같은 느낌.
내가 도착했던 날이 아마 1년 중 가장 추운 날이라고 했던가...
눈도 많이 와서 정말 돌아다니기 힘든 날이었다.
좀 돌아다니고 들어왔더니 피부가 트기까지...
아무튼 정말 정말 추웠던 날들.
몇 년 전에 가본 적 있던 해물갈비찜 식당.
예전엔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오랜만에 가서 맛이 바뀐 건지 뭐가 바뀐 건지
실망이 컸다. 해물도 고기도 영 먹을 게 없었다는.
가성비 좋은 식당들도 많은데...
재방문 의사는 없음.
점심 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유명 한정식 집에서 저녁.
푸짐하고 깔끔한 음식을 먹으며 받는 위로.
한국에 가면 자주 가는 쭈꾸미집 중 하나.
차돌박이를 참 좋아하는데
미국에선 먹기 힘들어 한국에선 꼭 먹고온다.
쭈꾸미 볶음도 너무나 맛있지.
한국인의 식사 마지막은 볶음밥.
기름 범벅인 팬에 탄수화물 쌀밥이 섞였으니
몸에 결코 좋을리 없건만
마무리는 왜 꼭 이렇게 해야 먹은 것 같은 것인지 ㅋㅋㅋ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청담동 wien 케익하우스.
요즘에야 워낙 맛있는 빵집들이 동네마다 있지만
내가 어릴 때만해도 대기업 빵집 외에
동네 빵집이란 게 그렇게 흔하진 않았었다.
여긴 우리집이랑 멀지 않은 곳이 있던 동네 빵집이었는데
여기 대표님이 나중에 성공시대였나?
당시 무슨 tv프로그램까지 나와서
무지하게 신기해했던 기억.
일본에서 제과 제빵을 배워
생크림 케익을 한국에 처음 들여왔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 변함없는 모습으로 있어주니 너무나 반갑다.
이렇게 오래된 가게들이 많으면 좋으련만...
높은음 자리표가 그려진 요한 스트라우스 케익과
고구마 케익 그리고 과일 푸딩.
아 케익도 정말 맛있었고
푸딩에 있던 과일 위치까지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빵도 여러가지 사왔는데 빵도 정말 맛있었다.
요즘 한국 빵집 유명한 곳 가면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던데
(세계에서 빵값이 가장 비싼 나라 1위 한국..)
여기는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가 않고
맛도 옛날 그대로 변치않고...
이렇게 오랜 기간 한자리에서
비지니스를 유지하는게 참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계속 응원합니다.
한국에 가면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가
봉피양 이라는 돼지고기와 냉면 전문점이었다.
여기는 왜 하나같이 그렇게 극찬들을 하는지..
궁금하던 차에 방문해보았는데
고기가 맛있긴 한데 반찬도 별 푸짐하지 않고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 부풀려져서...
뭐가 그렇게 특별하다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양도 완전 간식 수준에 식사 메뉴도 평범하기 짝이 없고.
걍 이름값인 것 같은데...
재방문 의사는 없다.
어릴 때 살던 동네에 오니
많이 바뀐 모습에 놀라기도,
그대로인 모습에 놀라기도.
앞으로 내가 여기에 다시 살 일은 없을 것 같고
방문이라도 할 수 있는 날도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조트리오가 불렀던 "나의 옛집"이라는 노래도 떠오르고.
서울 출신인 나에게 뭔가 시골스러운 감성의
나의 옛집이란 건 없지만
그래도 여기에 오니 뭔가
인생이라는 건 참 짧은 여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시 회한에 젖었다.
옛날부터 터키식 천상의 디저트라는
카이막이란 게 늘 궁금했었는데
마침 호텔 주변에 터키식 커피와
카이막을 파는 곳이 있다고 해서 들러보았다.
젊은 훈남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인데
터키식 샌드 드립 커피라고 해서
모래알 위에 커피를 드립하는 특이한 방식.
커피맛은 그냥 진한 커피맛? 딱히 특별한 건 모르겠고
카이막은 진한 크림치즈 같은 느낌.
터키가서 한 번 먹어봐야 비교가 될 듯...
푸짐하고 깔끔하게 잘 먹은 보리밥 한정식.
갖가지 나물과 고기 한접시와 보리밥과 된장찌개.
이보다 더 좋은 밥상이 있을까?
옛날부터 내가 단골인 샤브샤브 부페.
가성비로는 정말 최고.
요즘 한국에는 마라탕이니 훠궈니 하는
나로선 생전 듣도보도 못한 음식 명칭에
중국식 부페들이 정말 정말 많던데...
웬만하면 난 가지 않으려고 한다.
대부분 조선족들이 운영하고
식자재들도 중국에서 건너온 것들이라고...
어쩌다 한국에 중국인들이 이렇게나 많아진 것인지...
봉피양에서의 간식 수준의 고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숯불에 활활 타오르는 푸짐한 돼지갈비를 먹었다.
바로 앞에서 숯불에 구워먹는 이런게 진짜지.
코스트코에 방문해 사온 광어회.
수산시장에서 직접 떠오는 회가 최고겠지만
코스트코 회 가성비 나쁘지 않다.
서울 지하철 풍경.
미국은 기내 안도 그렇고
어딜가나 떠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많이 괴로운데 한국 지하철 정말 조용해서 좋았다.
처음 묵어본 서울 조선호텔.
내 방이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이름값보다는 그저 그랬던 호텔.
게다가 연결문이 있는 방이라서 그랬는지
방음이 안돼 한밤중에 옆 방 떠드는 소리에 많이괴로웠던...
방시설도 많이 노후된 것 같던데 리모델링 좀 해야할 듯.
하지만 호텔 직원들의 프로페셔널리즘엔 많이 감탄했다.
내가 가본 전세계 그 어느 호텔보다 정말 정말 친절하셨다.
조선호텔 스시조나 홍연에서 비싸더라도 한 끼 먹고 싶었는데
여기 식당들은 투숙객이라고 해서 예약이 쉬운 게 아니고
그날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들이 아니라는 걸 몰랐다.
적어도 몇 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 곳들인 듯...
로비에 있던 베이커리 빵이 맛있다고 해서
좀 사볼까 했는데 별 종류도 없고
가격도 어찌나 비싼지...
또 여기는 여의도 콘래드 호텔.
아마 서울에서 가장 비싼 호텔 중 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래도 조선호텔과 달리
지은지 얼마 안된 호텔이라 그런지
호텔 자체는 매우 깨끗하고 좋았다.
나 아주 어렸을 때 여의도에 살았었는데 그때 생각도 나고.
한강뷰 방을 받아야
한강이 쫙 펼쳐지는 뷰가 보였을텐데
호텔 포인트 결제 인생에 뭐 그런 럭셔리까지는 못바라고
여의도 공원이 보이는 전망에 만족.
콘래드 호텔의 베이커리 역시 완전 수준급.
가격이 비싸도 여기는 한 번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콘래드 호텔의 장점은 더현대 백화점과
IFC 몰과 연결되어있다는 위치.
몰은 솔직히 뭐 큰 감흥은 없었고
더 현대는 평일 낮에도 어찌나 사람들이 많던지...
특히 식당가는 줄서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예전부터 먹어보고 싶었던 태극당의 모나카.
우유맛 가득한
달지 않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최고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갓뜬 회를 사서 먹었다.
아.. 정말 너무 싱싱하고 쫄깃쫄깃하고 맛있었다.
이런 거 먹을 때면 정말 한국에서 살고 싶어진다.
두번째로 타본 KTX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이 10만원 정도하니까
정말 저렴한 것 같다.
대중교통이 이렇게 저렴한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
고속철도라 빠르고 깨끗하고... 정말 최고의 인프라라고 생각한다.
(근데 여기서도 왜 떠드는 사람들은 죄다 중국인들...
정말 매너 좀 지켰으면 좋겠는데...)
부산에선 해운대 암소갈비가 유명하다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는데
부산 현지 사람들은 비싸기만 하고
거기 절대 안간다는 말을 들으니
괜한 이름값이었다는 생각이.
그냥 동네에 있던 고기집에 갔는데 여기도 맛있었다.
한국가면 늘 사먹는 왕만두.
국밥은 나의 소울 푸드...
너무 먹을 것 위주로만 올린
게다가 약간 뒤죽박죽 된 여행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늘 느끼는 것...
기록해두지 않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한국행에서 느낀 것.
1. 일이 있어 휴대폰 대리점에 몇 번 들르게 되었는데
휴대폰 대리점, 본점 뭐 이런 휴대폰 가게들이
정말 골목마다 몇개씩 있어서 경쟁이 심해보이긴 했는데
어쩜 한결같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양아x들 같던지
말투하며 건들거리는 태도하며...
기껏해야 20대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던 사람들이었는데
싸가x없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저런 마인드로 어떻게 영업을 하고 있는 건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정말 한 두명 아니었다.
바로 통신사에 신고해버릴까 하다가 말았다.
신고해봐야 나한테 좋을 게 뭐 있나 싶어서...
2. 엘리베이터 혹은 지하철을 탈 때
내리는 사람이 먼저 내리고 타는 게 순서가 아닌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는 사람들이 왜그렇게 많은지...
어차피 사람이 내려야하니 빨리 타봐야 소용도 없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3. 좁은 길을 마주 건널 때도 마찬가지다.
서로 살짝 비켜가면서 걸어야하는데
먼저 비키는 사람 아무도 없다.
난 그냥 내가 멀찍이 떨어져 비키는게 편해서
그렇게 하긴 했지만 찜찜한 기분은 뭔지...
뭐 어쨌건 이렇게 연말을 한국에서 오래보낼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또 언제있을까 싶은 생각에 좋았던 여행.
근데 한국 좀 다녀왔다고 아직까지 시차적응이 안돼
2주가 넘도록 비효율적인 나날들을 보내고 있으니 이를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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