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카페인에 민감한 편이라
커피를 많이 마시진 않는다.
커피 향을 너무 좋아하고
커피 맛도 좋아하지만
하루에 한 잔, 그것도 오전에만 한 잔 마시고
오후나 저녁에는 커피나
카페인이 들어있는 차를 마시지 않는다.
밤샘 비행으로 일해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집에서는 지난 몇년 동안 브레빌 870XL이라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해왔다.
커피를 많이 마시진 않지만
마실 땐 제대로 집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기때문이다.
이 브레빌 머신은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으로는
스테디 셀러이고 그래서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다보니
인터넷에서 사용 후기도 많고,
이런 저런 부품을 구하기도 쉽다.
솔직히 밖에서 사마시는 커피만큼
돈낭비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지난 번 라스베가스 스트립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그랑데 사이즈 라떼 한 잔 사마시는데
거의 $8 돈을 냄... 정말 돈 아까웠다.
게다가 스타벅스에 줄은 왜 그리 긴지...
커피마시려고 줄을 서야하다니 ㅠㅠ)
그러던 와중 정말 우연히
라 마르조꼬 La Marzocco라는 머신을 보게 된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장인들이 만든다는 라 마르조꼬.
지난 100년간 카페에서 쓰는 용도로만
상업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들어왔는데,
처음으로 가정용으로 머신을 내놓은 것이다.
게다가 지난 번 도쿄 여행 갔을 때
동네에 로컬 카페들을 많이 구경했는데
많은 카페들이 다 이 La Marzocco를 쓰고 있더라.
여기 머신들은 빨간 로고가 크게 새겨있는게 특징이라
밖에서 봐도 이 로고가 한 눈에 들어왔었다.
어쨌거나 이 가정용 머신을 처음보고
난 그만 마음을 뺏기고 만다.
이 세련되고 영롱한 자태를 보라...
근데 가격이 무려 $3,900....
이건 La Marzocco에서 나온
가정용 보급형으로 나온 micra라는 머신이다.
원래 가장 처음 나왔던 가정용 머신은
mini라는 머신인데 이건 가격이 $5,900
두 모델 다 가정용 머신으로 쓰기에
가격이 매우 부담되는 건 사실.
내가 쓰는 브레빌 870을
몇 년 전에 얼마에 주고 샀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세일과 쿠폰을 이용해 아마 $500 정도에
구입했던 것 같은데...
무려 8배-10배의 가격.
게다가 브레빌 870의 경우
커피 그라인더가 내장되어 있어
따로 그라인더를 구입할 필요가 없었는데
미크라의 경우 그라인더도 따로 구입해야하는 걸 생각하면
대충 $5,000 정도의 지출이 생긴다.
제대로 된 커피 그라인더들이 결코 싸지가 않더라.
그라인더도 최소 몇 백불에서 몇 천불까지 다양했다.
사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렇다.
내가 쓰는 머신이 500불이라 치면
여기에 10배가 비싼 금액을 주고
저 머신과 그라인더를 구입해야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과연 커피맛이 내가 현재 마시는 커피맛보다
10배가 더 맛있을까?
정말 이걸로 커피를 만들면
그 커피가 10배가 더 맛있고
게다가 내가 이 머신을 매일 쓰면서
10배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사실 난 비싸더라도 저 머신과 그라인더를 살 의향이 있다.
매일 매일 쓰는 물건들이야 말로
좋은 걸 쓰면서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답은 안다.
저 머신을 쓴다고해서
지금보다 10배 더 맛있는 커피가 나오진 않을 거라는 걸...
사실 내가 쓰는 브레빌도 훌륭한 커피 머신이다.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 대접할 때마다
모두들 다들 맛있다고 감탄한다.
사실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선하고 질 좋은 원두와 물이다.
모든 요리도 사실 신선한 재료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게 그라인더라고 한다.
원두를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고...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지 않은 것이
커피 머신일 터인데...
사실 저 커피 머신 살 돈으로
로컬 로스터리에서 비싸더라도 매일 아침
갓 볶은 신선한 원두를 사서 마시는게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길일 지도 모른다.
이 라 마르조꼬때문에
이 기회에 커피 공부도 많이 했다.
별 관심가지지 않았던
원두 그라인더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브레빌 870을 구입한 이유 중 하나가
그라인더가 내장되어있어
따로 그라인더를 구입할 필요가 없어서였던 이유도 있었는데
이 내장된 그라인더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도 알게되고.
한국에서는 커피 만들 때 평창수로 만들어야
가장 맛있는 커피가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에선 poland spring이나
crystal geyser를 써야
가장 맛있는 커피가 나온다나 ㅋㅋ
그리고 라 마르조꼬를 보며
다른 에스프레소 머신들도 많이 알게되었는데
대부분 하이엔드급 상업용으로
유명한 에스프레소 머신은
역시 이탈리아 산이 가장 많았고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이란...)
에스프레소 그라인더의 경우도
이태리 (eureka), 영국 (niche)이나 독일 (mahlkonig)
혹은 호주 (lagom) 회사가 가장 유명한 것 같았다.
etzinger 라는 리히텐슈타인에서
만드는 그라인더도 유명하다고.
리히텐슈타인은 가본 적도 없는 나라인데...
그리고 또 이번에 알게 된 한국산 엘로치오라는
회사에서 만드는 머신들도 상당한 하이엔드급
에스프레소 머신 (마누스, 자르 등)이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한국산이고 수출은 하지 않는지
미국에선 구할 수도 없고 전압때문에 사용도 불가능.
의외로 미국산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그라인더는 유명한 것들이 거의 없는 듯.
slayer 머신이라고 시애틀에서 탄생한 머신이 있긴 한데
여긴 가정용 머신은 안 만든다고 하고.
(당연히 가격은 기본 2만 불 이상 하는 듯)
내가 쓰는 브레빌도 호주 회사이고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 중 하나인 드롱기는 이탈리아 회사.
스타벅스의 경우 스위스의 mastrena라는 곳에서
스타벅스에만 공급하는 머신을 만든다고 한다.
사실 그렇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차로 운전을 한다고해서
목적지까지 더 빨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교통사고가 났을 때 더 안전한 것도 아니다.
샤넬이나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다니는 것이
에코백을 들고다니는 것보다
더 가볍고 실용적인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은 자기 만족인 것 같다.
정말 이 커피 머신 하나로
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쓸 때마다 엔도르핀이 솟아난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커피 머신 하나에 정말 생각이 많아진다.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렇게 무슨 물건 하나에 꽂혀서
인터넷으로 온갖 서치를 다하고 공부를 하게 된 건
2008년 즈음에 캐논 DSLR 카메라 이후로 처음이다.
사진이 취미였던 나는
그때 정말 그 카메라가 너무나 갖고싶어서
정말 거금을 들여 카메라와 비싼 렌즈까지 구입하고
한때 열심히 쓰긴 했는데
지금은 구석에 처박혀 카메라 가방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로 있는게 몇 년인지...
물론 요즘은 다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저 카메라처럼 무거운 카메라는
너무 휴대성이 떨어지는지라
이 카메라 들고 해외 여행 한 번 갔다가 어깨가 빠질 뻔해서
실용적인 이유에서 못가지고 다니는 것도 있다.
결론은 지금 쓰는 브레빌이나 열심히 쓰자,
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어느 날 미친 척하고
이 커피 머신을 사게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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