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의 연주를 처음 본 건
워싱턴 디씨의 케네디 센터에서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했을 때였다.
그때가 2008년이니... 벌써 14년 전. 믿기지가 않네...
그때 연주가 정말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는데.
너무 좋아하는 곡이어서 그랬는지
숨소리도 죽인채 집중해서 봤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이번에 달라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고 해서
달라스 다운타운에 있는 Meyerson 심포니 센터에 다녀왔다.
처음 가보는 홀이었는데
전설적인 건축가인 I.M.Pei가 설계한 공연장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어릴 때 살았던 뉴욕 이타카 코넬대학교 내에
존슨 뮤지엄 (한때 발런티어로 일하기도 했었다 ㅋㅋ)도 그렇고
디씨살 때 자주 갔었던 내셔널 갤러리 East Building도 Pei가 설계했었고
가장 유명하다할 수 있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에
그 외에도 내가 잘 모르는 많은 미국 내 유명한 건축물들까지...
진짜 다작을 한 건축가인 것 같다.
14년 전 케네디 센터에서도 화려한 드레스 대신
검은색 정장 바지에 머리를 뒤로 묶고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도 바지 정장을 입고 나와 연주를 했고
그동안 공연 사진들을 봐도 화려한 드레스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았다.
왠지 겉모습보다 내면에 충실한 연주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워낙 출중한 외모로 유명해지는 걸 경계하는 것일지도...
이 날 공연장 그랜드 피아노는 야마하.
왠지 스타인웨이나 파지올리 피아노같은 걸
선택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의외였다.
근데 한가지 불만이었던 건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와서
머리에 가려 연주자의 표정이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
머리를 풀어헤치면 연주하는 입장에서도 불편할 것 같은데 아닌가?
연주자의 섬세한 표정과 미세한 숨소리... 그런 것 때문에
라이브 공연장을 찾는 것인데 뭔가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공연에 와서 연주자의 숨소리를 느끼며
음악에만 집중하는 시간은 너무나 좋았다.
괜히 오버하지 않고 진지하게 연주에 몰두하는 엘렌 그리모의 연주도 좋았고
열정적인 지휘자 Fabio Luisi (알고보니 이태리 출신의 지휘자)와
곳곳에 보이는 한국인 연주자들이 있던 달라스 오케스트라도 좋았다.
국뽕이라고 말해도 할 수 없지만
한국인들이 여러 분야에서 특출한 건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닌 것 같다.
유럽이나 미국의 메이저 심포니 오케스트라 중
한국인 연주자들 없는 오케스트라는 거의 없는 듯...
악장이나 부악장이 한국인인 경우도 많고.
엘렌 그리모의 연주도 역시 좋았지만
사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보다도
2번이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거란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다.
내가 2번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나에겐 어릴 때 미국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여러가지 일때문에
스트레스받고 힘든 시기에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경험이 있어서 꼭 실황으로 듣고싶은 곡 중에 하나다.
열정적인 연주를 마치고 커튼콜을 3번이나 받았지만
결국 앵콜은 없었다...ㅠㅠ
한국같았으면 커튼콜을 10번이라도 해서
연주자들 감동받고 앵콜도 여러 개 했을텐데.
실제로 엘렌 그리모도 한국 연주에서는 앵콜을 3곡인가 했다고 하던데.
손열음이 쓴 책 <하노버에서 온 편지>에도 그런 부분이 나오는데
미국 공연에서는 청중들이 기립박수 치고 열정적으로 나오지만
그 박수가 오래 안간다고 했던가...
어쩔 때는 앵콜이 진짜 하이라이트인 경우도 많은데
미국 관객들 박수가 일찍 끊겨버리니
연주자들도 굳이 할 필요는 못느낄 것 같다.
미국에서 보는 공연의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혹시나 사인회 할 것을 대비해 그녀의 음반까지 챙겨갔지만
앵콜도 없는데 사인회를 할 리가...ㅠㅠ
2부는 세자르 프랑크의 심포니 공연이었는데
나로선 처음 들어보는 곡이라 사실 집중이 좀 어려웠던데다
(프랑크 하면 바이올린 소나타 아닌가? 심포니 곡까지 작곡한 줄도 몰랐...)
하프 연주가 일품인 곡에 내 자리가 너무 앞자리라
뒤에있던 하피스트와 하프가 전혀 보이지가 않아
김이 샜던 것도 한 몫한 듯.
내 직업상 시간을 미리 내서 공연을 가는게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앞으로는 어떻게해서라도 시간을 내서
공연장에 자주 갈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라 마르조꼬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고 싶은 이유 (1) | 2023.10.08 |
---|---|
미국에서 사는 것의 장점과 단점 (1) | 2023.10.08 |
그냥 잡담 (0) | 2023.04.25 |
레고 그랜드 피아노 만들기 (0) | 2021.03.31 |
그동안 먹은 것들 (0) | 2021.02.0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