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 정옥희, 2021

fast airplane 2024. 9. 16. 10:01

나와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본인의 직업에 대해 쓴 책은 

대체로 늘 즐겁게 읽힌다.

나는 전혀 모르는 세상에 대해

알려주기 때문일까?

이 책도 그랬다.

발레리나 혹은 무용수에 대한 직업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그 직업을 가지게 된 개인적인 이유,

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다른 발레리나에

대한 이야기 등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서

즐겁게 읽었다.

 

한가지 단점은 일러스트가 너무 의미가

없어 보인다는 것과 (내 스타일의 일러스트가

아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글과 너무 안어울리는 느낌)

책이 쓸데없이 양장인데다 일러스트와 빈칸이 많아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은 책이라는 것.

 

파일럿과 발레리나는 공통점이 없는 것 같지만

무슨 일이든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야하며

도태되지 않으면서 일정 시간의 훈련이 매번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많이 발견했다. 꼭 파일럿 뿐일까?

모든 직업들이 다 그러하리라.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성공의 비결로

'1민 시간의 법칙'을 꼽았다. 한 분야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시간을 들인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1만 시간이라... 하루 세시간씩

일주일에 20시간이면 대략 10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10년을 매일같이 꾸준히 노력하면 확실히 변하긴

변한다.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되고, 초심자가 배테랑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그 1만 시간을 견디는 건 어떤 것일까. 

사람들은 1만 시간의 결과엔 환호해도 1만 시간 자체엔

관심이 없다. 영화에서도 1만 시간은 빨리 감기로 처리해

버린다. 끝없이 반복하고 실패하고 헤매는 시간을 겪어

낼 이는 오직 자기 자신 뿐이다. (4-5)

 

무라카미 하루키도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비슷하게 말했다.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다고. 각광을 받으며 

등단하기는 쉽지만 몸이 깊숙이 밴 성실함과

강인함이 없으면 끈질기에 버티어 내가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명석함보다도 지구력을 갖춘 이가

'소설가로서의 유통 기한'을 뛰어넘어 

살아남는다고 했다. (92)

 

끝이 정해진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건 생각보다 쉽다.

대학 입시도, 콩쿠르도, 시험도 어쨌든 견디어 내지

않는가. 그러나 목표를 이룬 후에도 지치거나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은 어렵다.

지난 밤에 갈채를 받고서도 아침이면 모두 무너뜨리고

연습실로 돌아와 첫 블록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릴 수

있는 이가 정상에서의 나태함과 불안함을 이겨 낸다. (93)

 

발레 무용수는 워낙 금욕에 가까울 정도로 성실한

생활에 익숙한 이들이다. 그래, 누군가는 무대에

한 번 서려고 노력하지만 누군가는 그 무대 위에서

변치 않으려고 끝없이 노력한다.

프로의 정신은 너무 떨거나,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쉽사리 나태해지지 않으면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다.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