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 관한 책이나,
조종사나 승무원 혹은 항공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은
일단 다 읽어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 살고있지 않다보니 한국책을 살 때
직접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읽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주로 인터넷 서점에서 제목과 목차, 저자 등을 훑어 보고
일단 먼저 책을 구입한 후에야 제대로 책을 읽게 된다.
물론 그럴 때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지만
"직접 한 번이라도 봤으면 굳이 구입하진 않았을 것"
이라고 생각하는 책들도 많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불행하게도 그런 책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이 책은 잘 알려진 미국의 라이트 형제에서부터
라이트 형제가 영감을 받았었던
현대 항공의 개척자인 독일의 오토 릴리엔탈,
라이트 형제와의 특허 분쟁을 했던 커티스사의 글렌 커티스,
비행선을 최초로 제작했던 페르디난트 체펠린,
헬리콥터의 아버지 이골 시콜스키 등등...
미국과 러시아, 유럽에서 비행기를 만들었던 선구자들을 소개한 책이다.
그리고 여러가지 사진과 삽화들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점은 높이살만하다.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정보의 나열"에 그치고 말았다.
그냥 여기저기 짜집기한 정보를 합쳐놓은 것에 불과하다.
뭔가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insightful한 정보가 있거나
"비행기를 만든 사람들"의 고뇌나 고민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고,
저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뭔가를 분석해놓은 것도 아니다.
책에 사진과 삽화가 풍부한 건 장점이나
맨 뒤에 사진 출처를 보면 구하기 힘든 사진들이 아니라
거의 다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들이다. (그것도 대부분 위키피디아)
게다가 저자가 영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사람이던데
출처에 대한 부분을 맨 뒷장에 대충 대충 적어놓은 것도
사실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이 책이 논문은 아니지만 이렇게 정보 중심의 책일 수록
출처를 정확히, 자세하게 밝히는 것이 기본아닌가...
저자가 세계 곳곳의 항공 관련 박물관을 다니거나
직접 항공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거나
그에 따라 저자의 전문가적인 시선으로
분석을 하여 제대로 된 "취재"를 한 책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찾은 정보를 집합시킨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이라 매우 아쉽다.
물론 정보만 나열되어있는 책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뭔가 기억에 남는 구절을 여기에 옮기고 싶은데
딱히 구절도 찾기가 힘들었다.
"그가 소년 시절에 꾸었던 꿈이 40년 만에 실현된 것이었다.
그가 꿈 꾼 항공기 - 자동차처럼 집 앞에 세워두는 탈 것 - 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헬리콥터의 유용성은 확실했다. 특히 한국 전쟁에 투입되어 시각을 다투는
절박한 순간에 많은 부상병들을 헬리콥터로 이송하여 생존율을 높였다.
화물 운송의 편리성이 입증된 후 이와 같은 급박한 모든 상황에서
헬리콥터는 분명히 필요한 항공기가 되었다.
시코르스키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 친구에게 쓴 편지에 헬리콥터의 대한
의미가 잘 나타나 있다." (169)
"상파울로에서 헬리콥터로 구조에 성공한 이야기를 전해 주어서 감사하네.
나는 헬리콥터가 생명을 구하는 다양한 상황에 가장 뛰어난 수단이 될 거라고
믿어 왔다네. 내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이즈음에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행복하네."
(169)
"지금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기술을 성취하기 위해 이름을 남겼거나
또는 이름을 남기지 못한 수많은 기술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몫을 다했다. 짧은 인류 비행의 역사가 그러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비슷한 일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모든 분야에서 엔지니어 개개인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고, 그들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지원하는 일은
국가와 기업체의 중요한 역할이다. 항공 기술의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본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 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221)
저자가 마지막에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바를 간단하게 적으셨는데
그 이야기하려는 바가 제대로 전달이 된 것같지 않아 아쉬움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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